8/05(일) 14:00~18:00 워크샵 "Music for Meditation and Meditation for Music"
드디어 8월05일(일) ICMC 컨퍼런스가 시작되었다.. 필자의 워크샵 소식부터 먼저 정리해 드리고 행사 전반과 저녁 음악회 소식 등은 다음에 전하겠다.
사실 행사 다음날인 8/06(월)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마감을 일주일이나 넘긴 원고를 하나 마무리하느라, 학회 행사애 하나도 참여 못 하고 하루 종일 숙소에 앉아서 원고와 씨름했다. 그런데 완성된 원고를 보내려고 이메일을 열었더니 원고 마감을 8/23(목)까지로 연기한다는 메일이 와 있다.
조금 일찍 알려주시지!ㅎㅎ
아무튼 신경 쓰이는 원고를 보내고 나니 속이 후련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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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행사 시작날이라 아침 일찍부터 학술대회 등록을 하려는 내ㆍ외국인들이 접수대에 몰려드는 바람에, 150장(10쪽×15명) 정도의 워크샵 원고를 출력해야 하는데, 정신 없이 움직이고 있는 스태프들의 눈치가 보여, 조심조심 조신하게 행동하면서 어렵사리 출력했다. 원고들을 스테이플러로 각각 찍어서 준비해 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오늘 명상중 사용할 음악을 틀기 위해 내 노트북을 가지고 갔는데 세미나실의 음향장치와 연결해 보니 백색소음이 많아서 그곳에 있는 맥 컴퓨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건 화면 구성과 작동법이 전혀 달라서 많이 당황스럽다. 하는 수 없이 그곳에 있는 학생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워크샵에 직접 사용할 음악들만 겨우 바탕화면에 깔아놓았다. 죤케이지의 피아노협주곡과 필립글래스의 미니말음악 두 가지를 선택해 놓고 어떤 음악을 사용할까? 고민을 했다. 죤케이지 음악은 보다 불규칙해서 소음에 가깝고, 필립글래스는 단조롭게 반복하는 음악이라 집중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 데, 지속되는 톤이 있어서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최종적인 결정은 이따 참가자들의 의견을 물어서 하기로 마음 먹었더니 속이 편안하다.
우선 영어가 입에 달라붙을 수 있도록 왔다 갔다 걸으면서 원고를 큰 소리로 읽었더니 약 3~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론 강의를 50분 정도 계획하고 있었으니 원고양은 이 정도면 적당한 것 같다.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스태프들 전용 임시식당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와서 다시 원고를 점검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데, 1시45분 경부터 참가자들이 한, 두 명씩 오기 시작한다. 내가 직접 명함을 주면서 인사를 하고 자리 안내를 했는데, 한국인, 아주 어릴 적 미국으로가서 살고 있는 한국인, 재미교포, 일본인, 미국인, 중국인, 인도복장을 한 인도네시아인, 프랑스인(?) 등 상당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데 대부분 2~30대의 어린 나이들인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신청을 하지 않았는 데 참가해도 되냐고 물어서 환영한다고 하면서 자리 안내를 했다.
그런데 2시 10분 전쯤 대전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있는 춘천고등학교 48회 동기인 김o주 교수가 들어온다. 온다고 전화를 했어서, 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많이 반갑고, 고맙다. 김교수와 반갑게 인사를 한 후 화이트보드 옆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 교수는 내가 4시간 강의를 하려면 목이 많이 마를 거라고 하면서 생수 두병까지 챙겨주는 센스를 보여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조금 늦게 오는 분들이 있어서 양해를 구하고 5분 정도 늦게 시작했다. 15명이 신청을 했는 데 오늘은 11명이 참석했다. 명상워크샵으로는 딱 좋은 숫자다. 마이크를 잡고 반갑다는 환영인사와 함께 간단한 내 소개를 한 후, 먼저 이 워크샵이 AI 또는 Brain Arts 기술자와 함께 협동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기술자를 만나지 못해 AI 실험은 못하고 그냥 강의와 명상실습, 토론 등으로만 진행하게 되어서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하고 나서, 양해를 얻어 의자에 앉아서 준비된 원고를 읽기 시작하였다.
원고에서 조금 더 자세한 내 소개를 한 다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이야기 했다.
1. 나는 왜 음악을 그만 두고 명상을 시작했는지?
2. 나는 명상을 하여 무엇을 이해했는지?
3. 음악과 명상이 어떻게 서로 도울 수 있는지?
준비된 원고를 읽으면서 감회가 많이 새로웠다. 20년간의 음악생활과 29년간의 명상생활을 총정리하고 통합하여 새로운 장을 여는 자리라고 생각하니 가슴 벅찬 마음들이 올라와서 마음을 챙기기 위해 호흡조절을 하고, 참가자들과 눈을 맞추곤 해야 했다. 그러나 시간을 체크해 가면서 차분하게 끝까지 원고를 읽어내려 갔는데, 다 읽고나니 2시45분 정도 되었다. 이후 간단한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는 데, 오늘의 주제에 대해 내 기대보다 훨씬 더 흥미로워 하고 있다고 느꼈다
기억나는 주요 질문은 아래와 같다.
ㅇ 울혈(congestion)이 무엇인지?
ㅇ 공명(resonance)이 무엇인지?
ㅇ 어떻게 공명작용에 의하여 울혈이 이완될 수 있는지?
ㅇ 이 작업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등이었다. 하나씩 차분하게 답변을 한 후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 영상 실수련을 시작했다.
원래의 명상법은 2시간 동안 정좌로 앉아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해야 하는 데, 오늘 명상은 의자에 앉아서 1시간씩 2번 나누어서 하겠다고 했더니 모두 쿨하게 받아들여서 약간 놀랐다. 왜냐하면 초보자들이 1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명상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서이다. 명상 시작 전 고통을 관찰해서 소멸시키는 기본 원리와 과학적 명상법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한 후 불을 끄고 첫 번째 세션을 시작하였다.
25분은 얕고 빠른 호흡에 집중, 25분은 고통을 주 대상으로 온몸의 신체감각 관찰을 하였는데, 남자 한 사람만 허리가 많이 아파서 누워서 하겠다고 바닥에 눕고, 나머지 모든 참가자들은 집중을 잘 하였다. 고통스런 감각 관찰을 할 때 일본 여성 한 분이 많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서 양 손바닥에 의식을 집중한 후 미세한 감각변화를 관찰하라고 알려주니까 조금 편안해 한다. 어제 조금 걱정했던 영어로 진행하는 명상 안내도 편안하게 술술 나오고 참가자들도 깊게 몰입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첫 번째 세션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 지금은 다 기억이 안 나지만 꽤 다양한 질문들을 했던 기억이 있다. 명상이 힘들었던 분 손을 들어 보라니까 11명중 9명 가까이 손을 들었고, 편안하고 기분 좋았던 사람 손을 들라니까 그래도 1~2명 정도 된다. 고통이 객관적으로 관찰되는 사람도 몇 명, 고통이 관찰이 안되고 고통을 참고, 싸우다가 더 커졌다는 사람도 몇 명, 고통이 객관적으로 관찰되면서 변화까지도 관찰되었다는 사람 1~2명, 고통과 미세한 변화작용이 관찰되어 소멸되는 것까지 지켜보았다는 사람도 1 명 있었다. 와우! 훌륭하다!
마음챙김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을 경험해 보았다는 사람이 몇 명 있었지만 대부분들 첫 명상경험인데도 잘들 했다고 칭찬하는 의미의 박수를 쳐 드렸다.
질문은 주로 얕고 빠른 호흡을 할 때 어디에 집중해야 하느냐?, 고통스런 감각이 일어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 고통스런 감각이 하나가 아니라, 두, 세군데 이상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이었는데, 내가 설명을 하니까 잘 이해가 안된다는 듯한 어둡고, 무거운 표정들이 대부분이서,, '내가 너무 수준 높고, 동떨어진 느낌으로, 어렵게 설명하나? 명상이 지루하고 재미없나?' 등의 걱정스런 마음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휴식시간에 개인적으로 질문을 해보니, "It's very very interesting topic.' 'Great', 작곡을 전공하고 프랑스에 유학하고 있다는 한국 여성분도 '제가 너무 찾고 있던 내용입니다. 정말 흥미로워요.', 한국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지금은 공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남학생도 '나중에 명상을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어요.' 등의 반응을 보여서 '첫 만남이 꽤 성공적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안심을 하기 시작했다.
질의 응답으로 시간을 많이 써서 두 번 째 명상은 20분 음악을 들으면서 호흡에 집중, 20본 음악 없이 감각관찰을 했다. 음악을 물어보았는데, 죤케이지라고 하니까 다들 난감한 표정들을 지어서 필립글래스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음악에는 관심을 두지 말고, 호흡에만 집중하라고 안내했더니, 훨씬 더 편안하게 집중을 잘 하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세션의 명상까지 모두 마치고 마지막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며 경험을 물으면서, 질문도 하라고 권했더니, 첫 시간보다도 훨씬 가볍고, 활발하게 질문도 많이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많이 해서 명상의 꽤 깊은 부분들까지 설명할 수 있었고, 참가자들도 꽤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 모두의 동의를 얻어 전체 기녕사진을 찍은 후 마무리했다.
모두 끝난 후 나에게 직접 다가와 명함을 건네며 감사인사를 하면서, "너무 흥미로였다"는 인사, "하루에 10분씩만 수련하더라도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익이겠지요?" 라는 질문, "내가 음악을 하다가 그만두고 명상을 통해 인생 궁극의 목표를 추구하는 게 너무 흥미로웠다. 자기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서 나와 이야기 하고 싶다.'는 요청, 일찌감치 나에게 메일을 보내서 화요일 11시에 만나기로 했던 남학생은 "만남이 기대된다. 그때 만나자..", "명상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하겠네요." 등등의 피드백을 들으며, '음악인들에게 과연 명상이 먹힐까?' 하고 걱정했던 것이 내 기우였으며, 역시 명상은 큰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음악계를 떠난 지 29년만에 음악인들과의 재회(?)가 꽤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기쁘고 감사하다..
이제는 이 명상과 음악의 새료운 만남을 어떻게 하면 더 알차게 성숙시켜서 좀 더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할 수 있을까?가 다음 화두이다.
감사를 전하고 싶은 여러 사람들이 떠오른다.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나를 깨달음의 길로 안내하여 주신 요가/선/위빠싸나 명상의 여러 영적 스승님들[세계 최초의 요가과학자 스와미 꾸발라야난다지, 완전히 깨달은 아라한인 순룬 사야도지와 그의 제자 우와라 사야도지, 빤디따라마 사야도지, 고엔카지, 마하시 사야도지, 파욱 사야도지 등]과 인도 뿌나대학교 철학과에서 필자에게 명상법 비교철학분석 연구를 제안하고 지도해주신 벨케(S.E.Bhelke)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 이번 워크샵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음을 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이번 학술대회 대회장 안두진 교수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학술대회 주최측의 남주한 교수, 박태홍 교수 및 애써주신 스태프 여러분들, 필자의 지도교수이셨던 고 이성재 교수님, 필자가 음악을 그만두고 다른 길로 가는 것을 많이 아쉽고, 안타까워 하셨던 이성재 교수님의 사모님인 김순 교수님, 그리고 나에게 30여년 전에 이미 현대음악과 전자음악, 컴퓨터음악의 세계를 알려주신 강석희 교수님, 나보다 나이가 13살이나 많지만 내가 음악을 하던 시절 나를 마치 또래 친구처럼 허물없이 대해주셨고, 지금도 AOMA에 요가수련생으로 찾아오셔서 저에게 요가를 배우고 함께 수련하시는 이만방 교수님, AOMA의 자원봉사자들 및 수행도반들, 그리고 처가와 친가의 양가집 가족들, 마지막이지만 가장 큰 감사는 도반이자 동지인 아내에게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