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5(일)~8/10(금)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컴퓨터음악학회(ICMA) 학술대회(ICMC 2018)에 참여하기 위해 대구에 내려왔다. 스태프들이 머무르는 대구역 근처 유니온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고 왔더니 서울음대 작곡과 교수이며 이번 대회 전체 기조강연을 맡은 이 선배가 나를 보고 어떻게 왔느냐고 놀라면서 반갑게 맞아준다. 잠시 마주 앉아 그동안 살았던 얘기, 내 워크샵 관련한 얘기 등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 행사 대회장인 안 교수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는 하루 4~50 통의 전화를 받아야하고, 카톡이 1~2분 간격으로 4~5개씩 뜨는 것을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뇌에 쥐가 날 것 같으니 자기얘기를 많이 들어주어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안 교수에게 많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음악을 그만 둔지 29년만에 음악계 공식 행사에 참여하는 느낌이 설렘 뱐, 기대 반, 불안 반 기분이 조금 묘하다.
오래 전 헤어졌던 첫 사랑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랄까?
음악은 12세부터 32세까지 내 인생의 가장 황금기 20년을 모든 열정을 다해 공부했던 종목인데, 어느 날 문득 그만 둔 후 가슴앓이가 왜 없었으랴?
지금 AOMA 하계 100일 수련 기간이기는 하지만 올 여름휴가는 명상센터에 가서 빡세게 수행하는 대신 이곳에서 즐기면서 보내기 위해 아예 작정을 하고 내려왔다.
요즘 로봇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는 서울대 작곡과 이 교수 말이 귀에 와서 꽂힌다. 요즘 방송, TV 등에서 나오는 모든 음악들 중 작곡, 편곡, 연주 등 모두가 컴퓨터음악이 아닌 것이 없단다. 심지어는 방송에 연주자들이 나와서 연주하는 음악들마저 컴퓨터음악이고, 연주자들은 연주하는 시늉만 내는 무늬일 뿐이란다.
문득 음악을 내려놓고 명상의 길로 온 것이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그러나 결자해지라고, 음악을 하다가 맺힌 마음은 음악으로 풀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번 학술대회 기간 동안 잘 하겠다는 생각도 내려놓고, 매 순간 알아차리는 마음만 챙기면서, 흠뻑 즐기고 가려고 한다..
